노무현, 그가 꿈꾼 진보 : 진보의 미래
책거리 2010/01/23 22:19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수수 관련 수사 때문에 친노 진영이 한창 시끄러웠을 즈음에 '노무현 재단'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유작인 '진보의 미래' 출간 기념식을 가졌다는 뉴스를 들었다. 점을 지나치면서 얼핏 표지를 보았다. 그 때는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많지 않았다. 결국은 '죽음'이라는 방법을 택해서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채 우리 곁을 떠난 사람이 가졌던 철학이, 그가 정한 인생의 말로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하는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지난 달에 서점에 들를 일이 있었는데 지나는 길에 우연히 표지를 보았다. 그의 사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불현듯 떠오르는 작금의 청와대 때문이었을까.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바로 주문했다.
사실 책으로 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형태를 갖춘 책이라기 보다는 저술 준비 과정에서 나온 정리되지 않은 원고들, 육성 기록들을 나열해 놓은 자료집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후에 이 책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 책다운 책이 출간되리라는 기대는 차치하고서라도, 정리되지 않은 원고들로 책을 내는 것은 좀 성급한 일이 아니었을까. 물론 작년 초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추모의 물결이 점차 식어가는 이 시점에 진보의 아궁이에 불을 좀 지펴보겠다는 정치적 심산도 조금은 깔려있었겠지만.
'진보의 미래'는 책으로서는 부족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엿보기에는 충분하다. 그가 시대를 살아오면서, 대통령으로서 각종 정책들을 수행해 나가면서, 퇴임 이후에 고향으로 내려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지고 있었던 수많은 생각들과 추구했던 이상들. 그것들이 지향하는 바는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그 철학의 바탕에는 '진보'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책을 참 많이 읽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저런 책들에서 개념이나 주장들을 끌어다가 인용하는 것들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그는 정치 이념이나 실제 사례들에 대한 분석과 관련된 서적들을 많이 읽고 소화해 낸 것으로 보여진다. 좀 더 살아서 이 책을 완성하였더라면 지금보다 더 대단한 저서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진보와 보수에 대한 생각,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 진보가 가져야 할 대안 등 여러 가지 인상 깊은 내용들이 많았지만 가장 깊이 남았던 것은 민주주의와 시민에 대해 가졌던 그의 기대였다.
'그야말로 역사의 진보를 밀고 가는 역사의 주체가 필요합니다. 민주주의의 이상과 목표를 분명하게 가지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운영해 갈 수 있는 시민 세력이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답은 민주주의밖에 없어요.'
민주주의, 나아가서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결국 '깨어있는' 시민의 노력이다. 그는 이 점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견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민들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는 현 정부의 행태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올해 6월에 있을 선거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다지 잘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시민으로서 행사해야 할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주체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