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lacard on the Crane
사진이야기 2007/07/10 00:56
타워크레인 노조 시위 중
지난주 초부터 집 앞에서 타워크레인 노조가 집회를 시작했다. 정확한 날짜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노조의 첫 번째 집회 이후에 산발적으로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위의 사진은 6월 29일 저녁에 찍은 것이다. 초점 거리 300mm의 렌즈는 숫자의 크기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부엌에서도 크레인에 올라 서서 큰 소리로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조합원들과 크레인에 내걸린 현수막이 또렷하게 보였다. 땀이 질척질척하게 흐르는 여름 날이었건만, 저 높은 곳에 올라간 사람들의 추위를 걱정한 것은 나의 기우였을까.
집안 사정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것과 아버지가 회사 임원이라는 이유로 부모님의 노동 운동에 대한 생각은 상당히 회의적이다. 회사 구조조정의 총대를 메고 직원 규모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취해야 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라는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서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 운동에 대한 적대 인식이 확산되어 가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 일어난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결의와 이행은 '한미 FTA 체결 반대'라는 명분이 무색할 정도로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야말로 배부른 자들의 쓴소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정부의 노동정책은 또다른 노동 분쟁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정부 실정(失政)의 발로이다. '이윤 추구'라는 목표를 가진 기업의 특성을 공무원들은 도대체 파악이나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도대체 너도 나도 공무원이 되겠다고 고시 준비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국민에 대한 '서비스 정신'조차 없는 공무원들은 왜 뽑는 건가. 이 이야기를 하려면 또 필자의 한풀이를 주절주절 늘어놓아야 한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필자를 무진장 열받게 하는 사건이 있었으니, 그 이야기는 접어두자.
어쨌든, 그 잘난 공무원들이 밥 꼬박꼬박 잘 챙겨먹으면서 만들어 낸 비정규직 법안은 결국 비정규직 고용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듯이, 법망이 조여와도 빠져나갈 틈새가 기업에게 항상 있다는 듯이. 사실 '그런 생각은 나라도 하겠다.' 정도의 틈새지만, 여튼 많은 기업들이 그 틈새를 택했다. 결과는 정규직과 해고의 기로에서 해고로 몰린 노동자들의 절규뿐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기 두 명과 국내의 노동 사정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친구들은 국내 노동 환경에 대한 열악성을 지적했다. 어제 뉴스에도 열악을 넘어서 참담하기까지 한 국내 IT 노동 시장에 대한 기사가 방송되었다. 심하게는 일주일에 80시간을 노동에 바치는 그들은 제보자의 말대로 기계나 고치는 연장에 불과했다.
아직도 '성장'을 외치는 정치인, 지식인들이 많이 있다. '파이'를 키우자고, 파이를 키우면 결국 모두에게 더 많은 양이 돌아가지 않겠냐고 이야기 한다. 그러니까 지금은 다들 좀 참아야한다고 '인내'를 말한다. 하지만 더 커진 파이가 이전과 같은 비율로 분배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게 과연 서민들, 노동자들의 몫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인내'를 외치던 자들의 몫이 될 것인가.
타워크레인 노조의 농성이 산발적으로 이어지던 길가에는 어느샌가 천막이 하나 생겼다. 시위도 매일은 아니지만 며칠에 한 번씩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는 시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과 같은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그 정도 소음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속한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