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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跡 - 그 첫 번째.

12/17

학기 종료.


<현대물리실험2>의 프로젝트 발표를 끝으로 학부 6학기를 마무리했다.
당시만 해도 'B와 C로 점철될 듯한 학기'가 될 것으로 예상을 했지만,
예상보다 성적이 잘 나와서 다행이다.

물론 기말 시험 때 문제지를 보고서 잠시 다른 세상에 다녀 왔던 양자는
중간 고사 때 쌓아 놓았던 공든 탑마저 여지 없이 무너뜨린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뭐 그런 때도 있는 거라는 시덥지 않은 이유로 차츰 잊어버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산 물리 성적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성적 확인을 위해
성적 조회를 하는 순간 순간마다
'A'들 사이로 보이는 'B0'가 눈에 '쏙쏙'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저 한숨.


천년제

'후배 사랑' 인건지, '음악 사랑' 인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번에도 '까리'를 도와주게 되었다.
이번에는 지휘를 하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바이올린을 하겠다고 자청하였으나 (사실 나 말고 선배들은 없었지만,) 당일 방문하여 써클 장인 후배의 간곡한 요청으로 결국 마지 못해 지휘를 하게 되었다.

아마도, 윗 문단에서 몇 가지 수식 어구를 고쳐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그냥 놔두기로 하자.
(굳이 따지자면, '마지 못해' 라든가 '간곡한' 이라든가.)
그래서, 3년째 지휘자.



12/18 ~ 12/20

천년제 준비

'본격적인 방학'의 시작이었으나, 잠시 고등학생이 되어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1시부터 가서 연습 지도를 해주는데, 걸려오는 전화.
'시스템 프로그래밍'의 조교 전화였다. 그리고 그 내용은 간단히 말하면,
'프로젝트 과제 컴파일 안됩니다. 다시 보내세요.' 그리고 생각한 건, '아. B구나.'
동생 노트북을 빌려서 수정해서 보냈다. 18, 19기들이 우글우글 거리는 학교에서 15기가 있을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자습실 들어가기가 왜 그리 힘들던지.

결국, 그 예상은 깨끗하게 빗나갔지만.

까리 연습 상태는 예상보다 매우 좋은 편이었다. 작년을 생각해본다면 당장 무대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럴 정도로 작년은 최악이었다.)

Program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 '인생의 회전 목마'
친절한 금자씨 OST - 'Cessate, omai cessate' by Vivaldi
오페라 '마술피리' 중 - 밤의 여왕 아리아 by Mozart

Instruments

Vn. 11, Vc. 3, Pf. 1, Fl. 11, Cl. 6.

곡들의 난이도는 적절한 편이었다. 작년같이 '사물놀이와의 협연'을 하는 것도 아닌 이상, 무난한 곡들이다. 군데군데 어려운 부분들만 잘 연습하면 되는 곡들.
악기 편성은 어쩔 수가 없다. 결국 파트별 음량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연습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 정도 비율을 각 파트별 음량으로 조절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3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사실 천년제 준비에 대해서 학교는 전혀 배려를 하지 않는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2주 정도의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기말고사가 끝나면 준비 기간이 채 일주일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지휘자도 늦게 섭외해서 내가 연습을 지도할 수 있는 건 3일 뿐이었다.

그 기간에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돌아가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연습을 하기도 버거운 시간에 파트 별, 개인별 음정을 조절하는 건 가당치도 않고, 좀 더 음악적으로 세세한 부분들을 다루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그나마 연습을 꾸준히 해와서 박자와 템포에 대한 감이 있는 건 다행이었지만, 실제로 지휘 보는 법에 익숙치 않은 연주자들에게 지휘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게 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도 연주를 안 할 수는 없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끝내는 것'을 목표로 연습을 지도했다. 나름대로 템포와 다이나믹 조절을 통해 '음악'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기도 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까리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연습에 모이지 않는 것'이다. 비정규 써클이라는 탓에 정규 써클 준비에 밀려 많은 연주자들이 연습에 모두 모이는 것이 힘들고, 또한 2학년들은 수험 준비로 바쁜 기간이기도 하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써클 장의 능력과 노력 여하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우리 때는 막강 카리스마의 예경양이 열심히 해 준 편이라서 좋았고, 이번에 장을 맡았던 은혜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신포니에타 단장은 좀 본받아야 할 필요도 있겠다 싶었다. 흐음.




연주는 20일, 천년제 첫 날 음악제 2부 첫 순서였다.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 선생님 (갑자기 성함이 생각이 안 난다.)을 만났는데 '또 지휘하냐?' 라고 물어보신다. 하긴 3년 동안 세 번 연속으로 지휘를 맡게 되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서 이번에 별로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결국 하게 되었고, 그래서 원래는 음악제 프로그램 소개와 사회자의 소갯말에 지휘자가 누구라고 소개하게 되어있지만 이번에는 하지 말아 달라고 좀 부탁했다. 그래도 정말 안 해 주다니. 흑.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서 긴장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자주 무대에 올라서 적응을 하는 방법 밖에 없지만, 1년에 한 번 있는 무대 행사니 그럴 수도 없고, 결국 각자의 능력에 맡겨야 한다. 그래도 아직 어려서 그런지 어려운 일인가 보다. 결국은 연습 때의 템포보다 빨라졌는데, 빠른 템포가 어울리는 곡들이었고, 그런대로 잘 따라와줘서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가는' 데는 성공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중간에 G.P.가 있고, 예비박 주고 다시 시작하는 부분에서 예비박 줄 때 피아노가 먼저 치고 나왔다는 것 정도. 연주 끝나고 나와서 웃으며 '잘 했다-'고 한 마디 해주었다. 연습 때는 잘 했는데, 무대에서 틀리는 건 그럴 수도 있는 거다. 그 밖에 아쉬운 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래도 연습했던 것들 치고는 매우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고 생각한다. 매년 이런 연주를 들어주시는 관객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끝나고 있었던 단체 사진 촬영. 고1 때부터 사진에 찍혔으니까 벌써 5번째다. 아마 5년 간의 단체 사진을 모아서 공통점을 찾으라면 나 밖에 없을 거다. 16기는 없었고, 15기도 나 뿐이었다. 다들 바쁘고, 나는 바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음악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벌써 네 번이나 'Caritas'의 일원으로 천년제 공연 무대에 섰다는 것. 이런 것들이 내가 또 지휘를 '자청하여' 맡게 된 것이 아닐까.



앗. 본심이 드러났네.



P.S. 연습 시간이 충분했다면 좀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었을 거라고 자신한다.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후배들이고, 아마 지휘자도 그렇지 않을까. (으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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